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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담은 작가, 감성을 그리는 사진가, 요시고.
스페인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회화적이고 섬세한 시선으로 전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는, 한국에서도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사진작가입니다.
특히 2025년 여름 서울에서 개최 중인 <요시고 사진전: 끝나지 않은 여행>은 그가 어떻게 빛, 색, 공간을 다뤄 감성을 극대화하는지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기회입니다.
요시고의 사진 세계를 ‘지중해빛’, ‘색감표현’, ‘공간연출’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나누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지중해빛, 따뜻한 감성의 근원
요시고의 사진을 처음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요소는 바로 ‘빛’입니다.
그리고 그 빛은 단순한 자연광이 아닌, 지중해 특유의 부드럽고 따사로운 색온도를 머금고 있어 더욱 특별합니다.
요시고는 스페인 산 세바스티안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바다와 해안, 해 질 녘 골목 등 일상적인 풍경 속에서 지중해의 햇살을 사진 안에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지중해빛은 요시고의 작업에서 정서를 이끄는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다.
과도하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는 명암 대비, 바닥에 부서지는 그림자, 건물 외벽에 떨어진 직각의 빛 등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마치 바닷바람을 느끼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2025년 <끝나지 않은 여행> 전시에서는 이 지중해빛이 더욱 다양한 장소와 상황에서 변주되며 표현됩니다.
뉴욕, 일본, 서울까지 여행하며 기록한 풍경에 스페인의 햇살이 입혀지면서, 하나의 ‘감성 연출 언어’로 진화한 것입니다.
이러한 빛의 사용은 단지 시각적인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고, 사진 속의 정서를 관람객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통로가 됩니다.
따스한 빛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감정과도 조우하게 됩니다.
그래서 요시고의 사진은 ‘보는’ 것을 넘어, ‘느끼는’ 경험으로 이어집니다.
색감표현, 인공과 자연의 경계에서
요시고의 작품은 색채 사용에 있어서도 탁월함을 자랑합니다.
그의 사진은 과도하게 채도를 올리거나 인위적인 편집을 한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는 요시고가 색을 ‘기억의 조각’처럼 다루기 때문입니다.
한 장의 사진 안에 배치된 핑크빛 해변의 파라솔, 민트색 벽돌, 하늘과 맞닿은 코발트블루의 지붕 등은 실제보다 더 선명하게 기억되는 색감을 구현해냅니다.
이는 과장된 연출이 아닌, 우리가 특정 시기의 감정을 떠올릴 때 느끼는 색의 왜곡을 시각적으로 실현한 것입니다.
2025년 전시의 미공개 신작들에서는 이러한 색감 표현이 더욱 정교해졌습니다.
각기 다른 기후와 도시의 공기 속에서 포착된 색들은 ‘자연스러운 인공성’이라는 모순적 조화를 보여줍니다.
이는 인스타그램의 필터 문화에 익숙한 현대 관람객에게도 새로운 자극을 제공하며, 동시에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색은 실제 색일까, 감정의 색일까?” 요시고는 이에 대해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가 제시하는 ‘색감의 언어’는 관람객의 감정과 맞닿으며 개인적인 회상의 장면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공간연출, 장면 속에 나를 넣다
요시고의 사진이 단순한 풍경사진과 차별화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공간의 연출 방식’입니다.
그는 피사체가 비어있는 공간을 찍으면서도, 그 안에 ‘누군가’가 있었던 흔적, 또는 ‘나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을 유도합니다.
예를 들어, 물기가 아직 마르지 않은 수영장 타일, 반쯤 열린 창문, 누군가가 막 지나간 듯한 골목 등은 단순한 공간 이미지가 아닌, 시간과 서사를 담고 있는 무대로 재구성됩니다.
이는 요시고가 ‘풍경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디자인’하는 작가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2025년 전시에서는 이러한 공간연출이 특히 더 풍부하게 구현되었습니다.
각 챕터별 테마에 맞춰 장면이 구성되며, 관람객은 전시장을 이동할 때마다 새로운 공간을 ‘체험’하게 됩니다.
실제로 공간마다 조도, 벽의 색상, 작품의 배열 방식 등이 모두 달라, 마치 영화의 세트를 걷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이러한 공간연출은 단지 시각적인 쾌감뿐 아니라, 감정적인 몰입도까지 유도합니다.
특히 요시고의 사진은 SNS 세대에게 ‘셀프 투영’을 유도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를 제공하는데, 이는 현대 전시의 몰입형 트렌드와도 잘 맞물립니다.
마무리
요시고의 사진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닙니다. 그것은 지중해의 빛으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색감으로 기억을 환기시키며, 공간으로 관람객을 그 장면 속에 위치시키는 예술 언어입니다. 2025년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끝나지 않은 여행> 전시는 이러한 요시고의 사진세계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드문 기회입니다. 그의 사진을 ‘읽고’, ‘느끼고’, ‘머무는’ 이 여정에 함께해보세요.